신나는 가족 캠핑

황매산에서 배운 '행복의 기술'

미리벌(김진호) 2006. 11. 15. 01:32

 

지난 주말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캠핑소식에 온몸이 근질근질...

하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또 다시 기다리던 금요일이 왔다.

 

퇴근 무렵 저녁 노을을 기대하며 마을 앞의 저수지를 들러본다.

주남저수지가 이름을 떨치지만, 개인적으로 주남지의 명성에 묻혀 찾는 이 별로 없는 동판저수지에 더 애착이 간다.

 

어둠이 나리는 창공을 가르며 바삐 보금자리를 향하는 철새 가족처럼

나를 기다리는 집으로, 가족 캠핑이 기다리는 필드로......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겨울나그네 형님의 안내대로 군북IC-의령-생비량 방면으로 길을 달리니 100여 키로에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먼저 도착한 님들 사이에 진지를 구축하고 나니 자정이 가까와 온다.

뒤늦게 도착한 겔롱, 두산이 사이트를 구축할 무렵 천둥을 동반한 비가 잠시 내리기도 하였지만,

간단히 요기를 하고 겨울형님 새로 장만한 IGT 필드 시연회에 들러

맛나는 음식과 녹차 한잔 기울이니 3시가 훌쩍 넘고,,, 내일을 위해 자리를 정리한다.

 

 

 

새로 장만한 유단포 덕에 따뜻하게 첫 날을 보내고

공구신청한 라운지가 오지 않았기에

몇 년을 울가족과 함께 한 캐빈 텐트를 올만에 쳐 봤다.

 

거실, 주방, 침실 독립구조의 울 사이트... ^^&

지난 밤 집사람과 옥신각신하며 자리잡은 공구타프는 오늘도 삐딱선을 타고야 말았다.

 

한동안 창고에 갖혀 있던 텐트는 총각 부엉이가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고...

 

 

간밤... '부엉이' 총각과 '캐빈' 아줌마 행여 바람이라도 날까 조심 또 조심했는데,,,

 

아뿔싸! 사고는 다른 곳에서

물 건너 온 '핀나클' 총각과 눈이 맞아 가을 바람에 기어이 일을 쳤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이번주에 시집 올 '라운지' 처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ㅜ,.ㅜ"""

총각들 단속 잘해야 할듯...


 

아침 야영장 풍경은 수려한 황매산 자락과 어우러져 좋은 그림을 선사한다.



전국에 처가집이 깔려있는 겨울형님은 역시 친척집에서 얻어온(!) 땔깜을 손질하고


형님네는 여인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형님네와 계약 동거 중인 빠다님과 이번에 처음 참가한 아침햇살님... 햇살같은 웃음이 부럽다.


늦은 아침 후에 길을 나서 본다.

영암사로 가는 비포장길 옆에 핀 쑥부쟁이 한 무리가 한 낮을 즐기고

 

빛나는 가을 햇살이 고맙기만 하다.



가을 걷이가 끝나 한가로운 농촌 들녁을 지나

 

영암사지로 길을 재촉한다.

 

합천군 가회면에 위치한 영암사지...

통일신라 때의 절로 사적 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보물 353호로 지정된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

법주사 쌍사자 석등과 함께 우리나라 석등을 대표하고 있다.

 

일제시대 일인들이 반출하려던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고 하니 

천년을 지켜온 석등이 믿음직스럽다.

 

조그마한 절터에 보물이 두개나 된다.

보물 480호 영암사지 삼층석탑... 소박한 멋을 보여준다.

 

오래전 법당은 세월 속에 주춧돌만 남고...

 

주인 잃은 돌계단은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어 준다.

 

조그마한 절터에도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하고


 

우리 가족도 길손 중에 하나...

 

천년을 간직한 옛 절터에도 가을은 끝자락이 드리우고

 

아들과 아빠는 추억을 남겨본다.

 

이 녀석... 절대 좋은 길로는 가지 않는다.

 

 

모산제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순결암 모형이다.

 

'평소 사생활이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ㅋㅋㅋ

 

모산제 위로 난 임도를 따라 올라 본 평원

드라마 '주몽'이나 여러 영화의 단골 촬영장소다.

 

반대편 영화주제공원에서 올라온 '광양만' 가족과 조우하고

 

광양만의 손을 빌어 모처럼 울가족도 뭉쳤다.

 

'서울 1945'의 배경이 된 세트장인듯하다. (태극긴가?)




 

황매산 능선을 넘나드는 매서운 바람에 억새도 마지막을...

 

정상을 향하여 한걸음 더...

 

그리 높이 가지 않아도 시원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세찬 바람과 함께 발걸음을 돌리며 내려오는 길에 바라 본 풍경

평전과 모산제,,, 그리고 멀리.....또 멀리....

 

황매산을 내려와 북서쪽으로 이동 중 만나게 되는 합천호와 합천댐

 

합천댐 수문...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누이가 사진 한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가던 곳

 

합천호를 돌아 돌아 상류에 다다르자 금방이라도 뛰어 내려가고 싶은 맑은 물이 흐른다.

 

거창군 신원면

거창 학살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이다.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이 담겨 있는 곳.

 

수북한 은행잎은 그때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을 끝자락에 쌓여만 가고...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인 영화주제공원으로 향한다.

 

영화 '단적비연수'의 주 촬영장인 세트장이 보존되어 있다.

 

주변 지장물이 없어 사극촬영지로는 좋은 조건을 갖춘 듯

 

단적비연수의 '비'역을 맡은 최진실의 포스터도 보이고

 

솔민도령도 소품들을 들고 포즈를 취해 본다.

 

무슨 생각을.......




황매산을 중심으로

산청, 합천, 거창 땅을 고도리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보니 100여 키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다시 찾은 야영장은 황매산을 배경으로 참 좋은 위치에 자리한 것 같다.

(원래 폐교부지라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것만 빼고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늦은 점심으로 떡볶이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

 

곧이어 겨울 형수님이 가져다 주신 수육으로 저녁을 채운다.

 

 

캠핑장의 둘째 밤... 모두들 어제보다는 여유롭다.

어둠이 내리자 예쁜게 불을 밝힌 겨울형님과 빠다님 사이트



조그만 야영장을 캠사의 이름으로 불 밝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나 둘 모여들고,

오늘은 옆집 겔롱네에서 손님을 치른다.
우리집도 화로대 하나 들고 슬쩍 끼여들고,,,

 

겔롱과 제수씨 그리고 많이 보던 헤어스딸의 고독행뉨

 

황매산 번개 주최자인 겨울나그네 형님...

정작 본인은 번개 내린 적이 없단다....

 

"내 언제 온나켔나? 그냥 간다켔지....!" 

생각해 보니 틀린말은 아니다.   ㅡㅜ""""

 

 

이번 캠핑에서 공부 많이 하신 아침햇살님

 

3번째 캠핑이라는게 의심스러운 광양만

 

그밖에도 카우보이, 두산, 빠다, 해달, 스노우님 등이 함께 하여

산청 황매산 수련원의 깊고 깊은 밤을 이야기 꽃으로.........

 

 

이날 밤

 

다섯맛을 낸다는 오미자

요강을 뒤집는다는 복분자

백세까지 사실라우? 백세녹차

이슬같은 순수 녹차, 보리녹차에

오래묵은 서양녹차까지 두루 음미하다 보니,,,

 

아침해가 무겁게 뜬다.

 

 

 

솔민이 녀석...

아침부터 뛰어 다니더니

결국 거실내 아침공부로 구금 중이다.

 

폐교시설을 개축하여 만든 청소년 야영장

겨울형님 말처럼 아쉬운대로 취사장만 구비하면,

자연환경과 더불어 영호남의 좋은 캠핑장으로 거듭날 듯...

 

하지만, 아직은 이곳에서 물을 공수해야 한다.

깨끗한 화장실이지만 거리의 압박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한마디에서 길을 찾다!

그것도 다름아닌, 황매산야영장 화장실 변기 앞에 붙어 있는 격언에서...

 

 

나도 속으로 뇌어 본다.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을'

 

 

야영장의 가을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산은.....

아직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그 산 아래... 아이들은

 

자연이 내린 축복을 받으며

 

 

이렇게 쑥쑥 커간다.

하루하루 여물어 간다.

 


철수하는 날 점심은 으레 간단식으로 떼우는게 보통인데

이날은 스노우님이 주신 더치오븐 비빔밥에....

겨울형수님과 여러분들이 만든 소시지,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호강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나는 음식인들

함께 어울리며 나누는 즐거움에 비하랴!

 

그것도 이리 맑디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네잎 크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사람들은 크로버 무리를 보면 으레 '네잎 크로버'를 찾으려고 든다.

 

하지만,

'세잎 크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다.

 

지금도 나는

저리 무수한 '행복'을 눈앞에 두고

'행운'만을 쫒아 살아가고는 있지 않은가 되돌아 본다.

 

세잎 크로버가 널리고 널린

황매산에서의 오늘 이 자리...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더불어 즐기고, 나누는 방법을 배워가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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