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놀토도 아니고, 가깝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진해청소년 야영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제주푸른바다'님이 답사 후 안내해 주신 캠핑장 안내를 보고
지난 주 벽계에서 '겨울나그네'님과 함께 가 보기로 약속을 한지라
태풍이 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진해청소년 야영장은 진해시에서 만들어 '진해청소년야영장'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 가을에 준공되어 현재까지 청소년 단체나 학교등의 야영수련 단체만 받고
일반 야영객은 한 팀만 이용했다고 합니다.
(1박당 성인 3,000원 청소년 1800원)
일반 캠핑의 경우 전화 예약이 필수여서 화요일 전화를 통해 예약 했는데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소년야영장으로부터 계속 전화 연락이 옵니다.
"비가 오는데, 태풍이 오는데 정말 오실꺼냐고?"
금요일 나그네 형님이 가시기로 한지라... 금요일 저녁부터 당직을 서고 있답니다. ㅡㅜ"""
저희 한 두팀을 위해서 당직을 서시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이야기를 해도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대답과 함께
결국 나그네 형님도 토요일 함께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직 명령을 받은지라 밤새... 금요일부터 야영장은 우리를 맞기 위해 기다린 셈입니다.
태풍나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토요일 아침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비가 내립니다.
역시 또 전화가 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정말 오실꺼냐고???"
어제까지만 해도 큰소리 쳤던 자신감은 자꾸 줄어들고....
"........................"
영호남방에 진해로 간다는 글을 남겼더니 대구의 엄짱 형님도 오신다고 하고,
오랜만에 진해의 '지연파'도 온다는데,,,
더구나 신입회원분들도 서너분 오신다고 하셨는데(비가 와서 결국 어려웠지만)
웬만하면 강행하기로 하고 일기예보에만 촉각을 곤두세워 봅니다.
오후가 되어도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그칠 가능성도 거의 없고) 하염없이 내립니다.
예약도 약속인지라(더우기 어제부터 당직하신 분도 있는데....) 나그네 형님과 일단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영 아니면 벽계나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창원 상남동에서 야영장까지 안민터널을 이용해 10km 20분 정도 거리
(우리집에서는 거리나 시간상으로는 정말 기가 막힌 곳입니다.)
빗 속을 뚫고 찾아 간 야영장의 첫 느낌은........!!!
한마디로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차량이 진입가능한 데크의 바닥은 황토흙으로 전날부터 내린 비로 물이 가득하고....
나머지 데크들은 빗 속에서 짐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고...
나그네 형님이 오기까지 시간을 야영장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친절하고 야영장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상의 끝에.... 제2야영장의 식수대 앞에 사이트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바닥이 보도블럭이고 배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침수의 우려는 없어 보이고
화장실과 너른 식수대가 연접해 있기 때문에 우중 피난살이도 가능해 보여서 입니다.
쓰다 보니 사설이 넘 길어졌습니다.
각설하고 '진해청소년야영장'에서의 1박 캠핑(!) 후기를 시작합니다~~~
보도 블럭 사이에 아이스팩을 박아 어렵사리 사이트를 구성하니 어둠이 내린다.
한지붕 네 가족!
진해 터줏대감 지연파가 가져온 항정살로 시작~
늦은 저녁에... 아이들은 떡꼬지를, 어른들은 괴기 안주로 우중 캠핑을!
피난살이 준비도 대충 해놓았고 다행이 바람이 불지 않아 느긋하게 저녁을 즐긴다.
늦은 시간 아이들은 텐트 놀이방으로 향하고
나그네 형님의 퇴직 후 생계 실습이 시작된다.
지난 번 '뽑기'에 이어 이번 주는 '호떡' 굽기에 심혈을 기울여 본다.
옆구리 터진 호떡이지만, 맛은 Goooood!!!
초등학교 앞 목 좋은 자리는 내가 알아봐 주기로 했다. ^^*
낯선 곳에서의 비오는 밤은... 평소 녹차 즐겨하시지 않는 형수님들도 한잔 하게 만드나 보다.
푸른 초원이 펼쳐지거나, 숲 속의 그림같은 캠핑장은 아니지만
태풍을 맞으며 보내는 이 밤도 나름의 분위기가 익어간다.
새벽녁까지 내리던 비도 아침이 되자 잠시 그치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태풍 전야 임을 암시한다.
간밤 우리집의 보금자리...
이너텐트에 비해 웅장하고 튼튼한 플라이! ㅡㅜ'''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접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나그네형님 야전침대를 편다.
별채에 살림을 차린 엄짱형님 내외의 사이트
(텐트는 역시 큰 식수대 플라이 속에.... ^^)
새벽까지 내린 빗방울과 한사코 한몸이 되기 싫어하는 공구 타프
건드리기만 하면 또르륵~~
지연파 차에서 나온 간이 버너(?)
접으면 쬐그만 넘이 7번님의 젤 큰 코펠을 머리에 이고도 저리 무시한 크기로 버틴다.
화력 또한 무지 막지하다. 대량 사육용에 아주 좋을 듯!
(단,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난다는 거~~)
간밤의 분위기를 주도한 녀석들 단체 사진
야~~!!! 4번 5번 소주병은 어디 가서 꾸물거리는거야?
아침은 세집의 요리 경연대회가 열린다.
1번 선수... 지연파의 호박 부침!
별채에서도 맛나는 요리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1번 선수는 아무래도 낼모레 추석 찌짐 부칠 연습 삼아 참가한듯 하다.
목 빠지는 관중들과 멀리 지쳐 잠든 나그네 형님.....
(이쯤되면 삐질삐질 땀 날만도 한데... 지연파 굳굳하게 연습에 몰입!)
드디어 기다리던 시식 시간
참가번호 2번 우리집의 순두부(?)찌게 인기가~~~ ^^*
아이들은 따로 한상 받고...
나는 비빔밥 모드로 한그릇 뚝딱~~!
이 넘... 물건너 산넘어 돌아온지가 보름 짼데....
아직도 적응이 영 시원찮다.
밥상받아 놓은 꼬라지하고는!
진정한 캠퍼는 "일기예보보다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느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나그네 형님의 구라도 있었지만
아직 미숙한 캠퍼라서 그런지... 자꾸 전화기에 손이 간다.
131 구라청에서는 경남지역 태풍경보가 예정되어 있고
간간이 불어오는 돌풍은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결국, 사이트를 조기 철수하기로 하고....
지연파와 아이들은 근처 탐색에 나선다.
허브오일로 산모기에 대비하는 아이들
제2야영장에서 올라가는 오르막길... 아이들은 냅다 뛴다.
오르막길 초입에 위치한 데크...
이곳은 1야영장 데크 외에 차량 가까이 칠 수 있는 유일한 데크인듯 하다.
보통 데크 두개 사이에 식탁 하나... 이런식으로 많이 구성되어 있다.
좀체 이용객이 없으니 관리는 영~~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1야영장까지는 경사도 덜하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바라본 1야영장 역시 식수대 2개와 화장실(샤워실겸용)이 구성되어 있다.
보이는 데크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유일한 데크.
계단식으로 조성된 야영장은 군데 군데 데크가 많다.
간편모드로 와서 바다를 보며(?) 1박 할 수 있는 저 데크는 내가 찜해 놨다. ^^&
1야영장에서 식수대와 가장 가까운 데크(모두 2.5*3m 정도 되는 듯...)
여름에는 비추일것 같고 늦은 가을과 봄 벚꽃 철에는 괜찮을 것 같다.
차량 진입이 어떻고 그늘이 어떻고
데크 사이즈는? 타프는 어떻게 치면 좋을까?
.
.
.
이런 생각들과는 무관한 아이들은 마냥 즐거울 뿐.
계단 하나도 바로 놀잇감이 된다.
군데 군데 피어있는 풀씨들도 꺽어 불어 날려보고,
다시 다른 곳을 찾아.....
폭신 폭신한 숲길을
몇 걸음 걸으면 팔각정에 도착한다.
까칠한 환삼덩굴에 점령당한 의자.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 발자국 소리가 반가운 듯
팔각정에서는 진해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태풍나리를 피해 정박한 크고 작은 선박들...
1야영장의 화장실과 식수대...
이 시설들만 놓고 평가하자면 웬만한 국립공원 오캠장 정도는 되는데 ㅎㅎㅎ
1야영장 아래쪽의 데크들.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하기에.... ㅡㅡ;;;
간밤 우리가 묵었던 2야영장 옆에는 한참 공사가 마무리 중이다.
생태공원을 조성 중이라는데 올해 늦가을 쯤에는 문을 연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젤 반가운 소식은
저 멀리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생태 체험장'과 중앙의 '목재 체험장'시설...
그리고 숲 속으로 조성되는 숲 탐방코스
(하지만, 그 가운데 파란 지붕의 축사가 옮겨져야 완성될 터인데....)
지연파가 열심히 사진찍는 중에도 이 넘들 뜀박질에 여념이 없다.
'야영장은 좁고 갈 곳은 많다!'
야영장의 진입로를 내려가
멋들어진 숲이 있다는 임도와 연결되는 길을 찾아 보지만
그냥 다리품만 팔고 돌아온다.
타프 철수를 마치고 줄장사 행뉨의 줄꼬기 시연으로
손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형수님과 아이들은 남은 호떡으로
입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어젯밤 우리집의 침실이 오늘의 거실겸 주방이다.
바람도 심상찮고 하늘도 제법 꾸물거릴 즈음
이번 겨울은 이곳에서 그리운 님들과 라운지 파티를 함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정리한다.
(원래 이곳은 지반이 약해 짐만 내리고 상단 입구의 주차장에 옮겨야 한다고 했으나
일기와 우리의 형편을 고려하여 야영장 쪽과 협의하여 그냥 차량을 옆에 둘 수 있었다.
향후 오캠을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이다.)
식수대에서 설겆이로 슬슬 점심 먹을 준비 시작~~
설겆이 한번 하려면 허리 두세번은 펴서 두드려줘야 한다. ㅠㅠ
수제비 한통 끓이는데 주방장이 여섯!
아무리 피난살이 살림이라지만 보자기는 깔아야 밥이 넘어가지! ㅋ~
밥 먹은 후에는 뒤집어서 식기 건조대로 변신~~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라도 아이들은 제 놀잇감을 잘도 찾아 논다.
밀가루 반죽으로 뽑기 하기~
정리를 마치고 차 한잔의 여유를 부릴 즈음
용케도 참아 주었던 비님이 오신다.
다소 거칠게 오신다.
그간 참았던 거 알아 달라는 듯이.....
청소년야영장 본관 앞에 펼쳐진....
진해 앞 바다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빗 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어젯밤 새벽까지 마신 녹차향이 머릿속을 괴롭히고
나리가 울부짖으며 다가오고 있지만
2%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찾은 진해-창원간 안민고개
봄철 화려함을 자랑하던 꽃길의 신록도
하나둘 떨어져 가는 이파리들로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전망대에서 다시 내려다 보는 진해 앞바다는
태풍을 한껏 머금고 있다.
가을이 짙어가면 다시 찾아 볼 진해 청소년 야영장
아쉬움도 많지만
척박한 이땅의 캠핑장 현실을 생각해 볼 때
더불어 함께 열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짙어만 보이는 저 구름 뒤에도
찬란한 가을 햇살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을 알고 있기에...
2007.9.15-16
진해청소년야영장 답사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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