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을 성인봉으로 배웅하면서 본 원시림 산책로...
초입부터 인상적인 숲길을 잊지 못해 전날 산책을 나왔건만
이날도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습니다.
신령수까지 2km 여의 거리는 온통 숲에 평지길이라
무더운 여름에 햇살을 피해 숲과 호흡하며 산책하기에는 최고이지요.
편한 의자 하나씩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책만 읽다 가도 좋을듯 했는데...
담을 위해서 아껴 두었습니다.
결국...
일정 동안 신령수 산책길만 3번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럼.... 울릉도의 생명 줄기, 성인봉 속으로 함께 거닐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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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수가는 길은 초입에 이런 포장 길이 잠시 나오다
내내 흙 길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참 좋은 곳이다.
(차량은 군부대 입구를 지나 차량통제 시설 바로 앞의 공터에 세울 수 있다.)
너도밤나무, 솔송, 섬잣, 마가목.....
빼곡히 자란 울릉 특산의 나무들 사이로
이름 모를 온갖 지피 식물들로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도둑, 뱀, 공해가 없어 三無島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곳 성인봉 일대는 때묻지 않은 원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울릉의 건강한 심장에 몸을 맡기니 폐부 깊숙히 신선한 기운이 충만해 진다.
일요일 오전... 모두들 시내 쪽에서만 올라 오는지 (이곳 사람들은 도동 일대를 그렇게 부른다.)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호젓한 길을 걷다가
문득 집사람의 손을 꼬옥 잡아 보았다.
좋다......!
사진을 찍자 집사람 왈
"그러믄 그렇지!!!"
"아니야, 손잡고 걸으니 느낌이 좋아서 찍은거야~~" ㅡㅡ;;;
이렇게 40여 분을 올라가 (워낙 딴짓을 많이 하고 다니니) 알봉분지의 투막집에 도착했다.
이곳은 크게 보면 나리분지의 일원이라 할 수 있으나 나리동과 구별하기 위해 알봉분지라 부른다.
조금 안쪽으로 귀틀집도 있고 그곳 주변에 야영할 만한 곳도 있다는데 햇살이 뜨거워 가보지는 못했다.
멀리 송곳산을 배경으로 알봉분지의 투막집이 자리하고
다시 신령수까지는 500여 미터 숲 길이 이어진다.
울릉도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섬바디'를 지나
계속되는 숲 길을 걷다 보면
신선들이 먹고 살았다고 신령수인지
이 물을 마시면 신령이 될 수 있다는겐지....
아무튼 물 맛 한번 좋~~다.
신령수 앞 표지판
나리분지가 2km... 출발할 때는 2.5km(성인봉까지는 4.5km)였는데 그새 500m가 줄었다.
이상해서 울릉군 관광 안내 지도의 등반 거리를 보니 3.4km로 표기되어 있다. ㅡㅜ"""
이쯤에서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한다.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화장실 앞쪽으로 제법 너른 공간이 있고 대피소인지 통나무집 공사가 한창이다.
울릉도 일원에 국립공원 지정설이 나왔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은.... 지정된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인지, 이곳에도 취사 야영금지.... 머 이런 표지판은 없다.
물도 있고 화장실도 있으니 산행을 위한 비박모드의 야영 정도는 가능할 듯 하다.
맑은 공기도 마셨으니... 시원한 맥주 한 캔이나 따고 쉬었다 가려는데
집사람이 뜻 밖에도 "내친 김에 성인봉까지 가볼까?"라고 한다.
뭐 어짜피 성인봉이야 언제라도 가야 하니 오늘 안가면 또 이 길을 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듯하다...
나름 현명한 결정이다. ㅋ
다시 출발~~
저 무성한 숲 길에 양산이라니... 참!
슬슬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막 공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목재 계단이 끝 없이 이어진다.
계단 너머로는 역시 울창한 숲과 지피식물 천지....
이렇게 많은 고비 군락은 처음 본다.
고비는 그 종류만 30종이 넘는다는데
식용 가능한 것은 참고비를 비롯해 3-4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비싼 나물에 속한다는 '참고비' 군락이 아니길 천만 다행이다.
아직 공사 케이블과 자재도 치워지지 않았지만
이 계단이 없었을 땐 로프라도 있어야 오를 수 있었을 것 같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이나 자연 환경을 위해서도 잘 설치된 것 같다.
첫 번째 계단을 헤아려 보니 896개다. ㅡㅜ"""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지 로프로 가로 막힌 계단을 따라가니 뜻 밖에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모두들 다니는 옛 등산로로 가면 조금 질러가는 듯 한데, 이곳은 꼭 보아야 후회가 없을 듯하다.)
지도상으로 이곳 지명이 '뺍재이 등대'인 것 같다.
(울릉도에서는 바람이 많은 언덕을 '등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바로 밑의 알봉분지에 투막집과 귀틀집이 보인다.
여기는 멀리 나리동 (나리 분지)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전경. 중간 산허리를 돌아서면 신령수가 있는듯 하다.
다시 등산로를 조금 오르면 다른 후기에서 많이 등장하는 고목...
성인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두번 째 목재 계단이 시작되기 전 또 하나의 샘터가 있다.
'성인수'라는데 신령수보다 훨씬 물이 차다.
그간 오르느라 흘린 땀을 한번에 씻어 내기에 충분하다.
돌확에 넣어 둔 맥주마저 금새 시원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
성인봉으로 이어지는 두번째 목재 계단 663개!
(내가 대충 헤아린 것이니 검증은 다음에 다녀오신 분들이 해 주시길 ^^&)
가파른 계단이 끝나면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이 반긴다.
참으로 하늘은 불공평한 것 같다.
어제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지며 힘들게 오른 착한 '달님'같은 분에게는
한 점 시야도 허락지 않았다더니
차 타고 다니며 탱자탱자 놀러 다니는 우리에게는
이런 맑은 날을 내리시다니...ㅋ
(실제로 다음 날부터는 다시 궂은 날씨가 시작되었으니
가을도 아닌 여름날 우연찮게 올라가 이리 맑은 풍경을 보게 되었으니 실로 행운이라 않을 수 없었다.)
북동쪽 능선을 타고 위치한 '말잔등'의 부대 시설이 보인다.
북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분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나리 분지를 감싸고 있는 송곳산과 송곳봉을 배경으로 한 장...
정상 부근에서는 어느 쪽을 바라 보아도 망망 대해가 펼쳐진다.
동쪽으로 펼쳐진 바다 한 가운데를 여객선이 하얀 점을 이루며 운항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 배가 나아가는 끝의 저곳은?
그렇다! 수평선 한 가운데 작은 삼각점을 이룬 독도!!!
(평소 마음가짐이 맑은 사람의 눈에는 분명 보인다 ㅋ~)
연중 성인봉에서 독도를 조망할 수 있는 일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 대부분도 대기가 맑은 가을, 겨울 중에 가능하다고 하니
여름철 단 한번의 산행으로 독도조망까지 했으니 이 어찌 행운이 아닌가.
가벼운 마음으로 성인봉을 내려와서 선택의 기로에 들었다.
오던 길을 내려가야 하겠지만 시내쪽으로 향하는 세 갈래의 산행길중 한군데라도 가보고 싶었다.
왔던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산을 내려간다.
(나리분지에서 야영이나 캠핑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리분지로 다시 하산하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반대편 코스인 도동에 볼 일이 꼭 있지 않는 한)
나리분지쪽 길보다는 못하지만, 내려가는 길 역시 울창한 숲 길이다.
이곳은 계단이 아닌 일반 등산로로 내려 왔는데,
며칠 후 다시 찾은 등산로 입구의 현수막을 보니 이곳도 곧 공사에 들어갈 모양이다.
(2007.8.20부터 공사 완료시까지 관음사코스와 KBS중계탑 코스는
공사로 통제한다는 내용으로 사동의 안평전 코스와 나리코스만 개방한다고 했다.)
내려오는 길의 안내판은 아예 가려 놓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성인봉 0.8Km + 안평전 1.5Km = 안평전 코스 2.3Km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등산안내도에는 3.2Km로 관광 안내도에는 3.98Km로 각각 나와 있다.)
남은 거리를 가늠케 하는 저 표지판이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을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맨 날 듣던 말
"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 되요.....ㅋ"
거리는 사동으로 통하는 안평전 코스가 가장 짧지만,
교통편을 생각해서 중간 거리인 KBS중계탑 코스를 타기로 햇다.
북저암, 촛대바위가 있는 저동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내려오는 길 역시 온통 고비밭이다.
그렇게 터벅 터벅 내려오니 멀리 독도전망대(케이블카) 시설과 중계탑이 보이고
이곳에서부터 버스를 탈 수 있는 도동이나 큰길까지는 그늘 한점 없는 뙤양볕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둘째 치고 하얗게 포장된 시멘트 길은
지금까지의 포근한 산행 기분을 망쳐버릴 것 같아 택시를 불렀다. (1만원)
총 산행 거리는 알 길이 없고....(책마다 지도마다 다 다르니... 원!)
우리네 느림보 걸음으로는 약 5시간이 훨 더 걸린것 같다.
왼편으로는 도동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허기도 지고 해서 택시기사님께
'홍합밥'으로 유명한 보배식당에 내려 달라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요일 휴무란다.
'울릉택시' 기사님은 자꾸 99식당을 추천한다.
약소불고기도 연하고, 홍합밥도 잘하고... 등등등
하지만, 이놈의 청개구리 심보는
간판 가득 각종 방송사 출연 족보가 가득한 99식당을 지나서
여행자의 특권인 어슬렁 거리기로 이리 저리 다녀 보다가
어느 새 선창가까지 다 내려와 버렸다.
그때 눈에 띈 식당.... 한번은 들어본 것 같아서 선택.
이 집의 차림표다.
가격 착하지 않다. 역시 그러려니 한다.
울릉도 왔으니 홍합밥은 함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시켰다.
명이, 취, 삼나물과 도라지 무침이 괜찮았다. 주인 아주머니 인심도 좋아서 리필도 많이 해 주신다.
밥은 즉석에서 해야하는지 한 20분이 소요된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홍합이 많이 들은듯 한다.
기왕 차도 두고 왔으니 '호박막걸리'라는 넘도 한 되 시켰다.
도동약수로 담구었다는데 쏘는 맛과 함께 새콤 달콤한게 색다른 맛이었다.
함께 넘어가는 호박 알갱이들의 목넘김도 특이한....
막걸리가 떨어졌다고 옆에서 공수해 오시는데 한병에 8천원이다.
(며칠 후 옆집 슈퍼에 가니 한병에 4천원인가 5천원에 팔고 있더라는 ㅡㅡ""")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울릉도 내에는 교통수단이 몇가지 있다.
자가용, 택시, 관광버스, 일반버스가 그것이다.
택시는 천부인지, 나리까지가 6만원인가 8만원인가 라고 하기에 패스~
관광버스는 일단 한번 타면 1인당 1만 8천원.....
일반버스는 우산버스라고 한 회사가 있는데
도동을 중심으로 저동, 내수전(봉래)방향과 천부방향으로 나뉜다.
버스 시간은 동네 곳곳에 얌전히 코팅되어 안내하고 있는데
그 배차 시간이란 것이 성수기 기준이라해도 1시간 이상이기 일쑤여서 그리 편하지는 않다.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도동항 풍경 감상하기
왕만두님 이야기처럼 울릉도 괴기들은 눈이 멀었는지 꼬맹이들 들대에도 곧잘 올라온다.
어종을 보아하니 아지라고 불리는 전갱이 새끼들이다.
(바로 앞에서 낚시대와 미끼를 대여해 주는데 6천원인가 8천원인가부터 였던 듯)
도동항 좌판에서는 아주머니들이 해산물을 판매하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한다지만 오징어 두마리 만원으로 그리 싸지는 않다.
뱃시간 기다리며 돗자리에서 이슬이 한잔 하기에는 적당한 듯.
우리를 태우고 갈 '우산버스'에는 우산이 없다. ^^&
울릉도는 터널 외에는 신호등이 없고 길도 좁고 가파르고 험해서인지
운전자들의 운전 형태가 매우 와일드한것 같다.
특히, 이 코스를 운행하시는 염색 머리의 젊은 기사님....
멋모르고 운전석 바로 뒤에 타고 간 우리는 한시간 동안 4,500원씩 내고
45,000원짜리 U.S.J의 자유이용원 끊은 것 보다 더한 스릴을 맛봐야 했다.
큰(!) 버스는 천부까지만 운행하고 나리까지는 승합차로 따로 운행하는 우산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풀장을 다시 찾았다.
아들 녀석 데리고 왔으면 몇 번이나 찾아서 물놀이를 즐겼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풀장에 딸린 샤워실을 한장 찍으려는데 눈이 마주쳐서 서로.....
야외에 개방형 샤워꼭지가 몇개 있고 실내에는 남녀 샤워실이 따로 되어 있다.
연세가 지긋하신 나리행 버스의 기사님은 도동행 기사님과는 많이 다른 듯.
급할 것도 없고 드시려고 사신 옥수수를 오히려 우리에게 먹어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둘이서 전세낸 승합차 버스는 뽕짝을 들으며 전용택시가 되고 만다.
친절한 기사님 차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 가서 내려준다. 감동이다.... ^^*
(꼬불꼬불 산길을 4k 달려간 천부-나리간 봉고차 버스비 1인당 1천원)
식당에서 싸들고 온 '호박 막걸리' 한잔씩 하고
이날 밤 다시 나리 분지의 모진 바람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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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에는 교원대 지리교육과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조용하던 나리야영장에 활기가 돈다.
밤만 되면 불어오는 돌풍에 채비를 단단히 하라고 일렀건만
이미 태하에서 거센 바람에 폴대를 2-3개 분질러 먹고 난지라.... 바람이 별로 겁나지 않나 보다.
(하루만 더 묵어서 그날 그 바람을 겪어 보았어야 하는건데.... ㅡ,.ㅡ)
플라이들은 모아서 식수대를 빙 둘러쳐서 간이 샤워장을 만들었다.
느긋하게 일어나 남은 야채 썰어 넣고 칼국수로 늦은 아침과 점심을 먹는다.
이날 칼국수가 맛있었는지 집사람 지금도 칼국수 끓여 내라고 성화다. ㅡㅜ;;;
나리야영장의 화장실... 며칠 전부터 보도블록을 새로 까느라 어수선하다.
하지만, 울릉군에서 훌륭하게 관리하여 (더구나 주차비나 야영비도 무료)
더 없이 맘에 드는 나리 야영장.... 야영료를 받더라도 샤워장만 하나 생기면 금상첨환데...!
매일 아침만 되면 관리하는 주사님들이 화장지 보충하고, 비우고, 바닥 청소를 해서인지
그런데로 깨끗하게 유지된다. 급하면 이곳에서 문걸어 놓고 샤워도 한다. ^^&
(한 가지 단점이라면 전체적으로 수압이 약해서
큰일 보고 한방에 처리가 안되어 난감해 할 때가 있다. 특히 남자 화장실 안쪽 변기)
이제 슬슬 게을러 지기 시작했는지 점심을 먹고야 움직여 본다.
울릉도의 도로는 곳곳에 이런 자연 터널이 있다.
추산 마을을 지나다 보니 관광버스가 많이들 올라간다.
처음에는 '추산일가'로 가는가 했더니 따라 올라가 보니 송곳봉 아래 이런 절이 차려져 있다.
송곳봉에 뚫려 있는 구멍은 멀리서 보면 4개인데... 보는 곳에 따라 차이가 난다.
머 그리 고풍스런 절집이 아니기에 사진 한장 찍고 그냥 패스~~
내려다 본 공암이 오히려 그림이다.
용출소의 물로 수력발전을 했다는 추산수력발전소
이곳도 시험 운행이라도 해서 교육이나 관광자원화 했으면 좋았으련만
걸려 잠긴 문만 덩그러니 보아야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추산 발전소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평화롭다.
몽돌 해안가에서 해수욕하고 바로 옆의 시원한 물에 행구면 되니...
이곳에서는 스노클링과 스쿠버하는 분들도 종종 보인다.
혼자서 놀면 햇볕아래 지루이 기다릴 집사람을 위해 이번 여행에서는 패스~~
그냥... 길가에 무수히 핀 '해국'이나 함께 바라보는게...
울릉 섬마을의 날씨는 참 변덕이 심하다.
낮에 고요하던 바람도 저녁이나 밤이되면 돌풍으로 불어오고
북쪽해변은 호수 같은데.... 서쪽이나 남쪽은 파도가 거세고
맑다가도 이내 저리 많은 구름들이 몰려오곤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면 일대이다.
서면에 있는 태하리 항구와 해변...
수해와 각종 공사로 어지럽다.
마을 아래 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황토구미'에는 옛날 이곳을 방문한 관리가
울릉도 방문의 증거로 가져갔다는 황토굴이 있다.
암벽사이에 층을 이룬 황토가 신비롭다.
서쪽 해안가인 태하 황토굴 앞 바다는 언제라도 방파제를 집어 삼킬 듯이 출렁거린다.
드나드는 인적 하나 없어 더욱 으시시한 분위기....
목표지는 '태하 등대'이다.
이정표를 찾을 수 없어 '태하항 황토굴 옆 오르막 길에서 왕복 1시간 10분 소요'라는
울릉군 관광지도에 적혀 있는데로 황토굴 옆의 해안 사다리를 오른다.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간 난간과 미끄러운 철재 바닥...
바로 아래는 이런 성난 바다.....
분명 놀이공원이나 공포체험 온것도 아닌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점점 어두워 지는 하늘과 거세게 불어대어 몸조차 가눌 수 없는
태하의 성난 바람을 뚫고 바위에 올라서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바위들만....
바람을 비켜 살짝 올라서서 바라 본 건너의 해안에는
걸쳐있는 철제 사다리의 반이 폭풍에 유실되어 너덜 너덜....
뒤 돌아 볼것 없다. 바로 철수...
내려오는 길 미끄러운 계단을 조심조심....
될수 있는데로 아래는 쳐다 보지 말자! 오금이 저려온다.
이런 공사를 하는가 본데....
담번에 오시는 분들은 우리와 같은 스릴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달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길을 잘못 들은것 같다.
등대로 향하는 길은 공사중이고 마을을 통해 옛길을 찾아 가야 한단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태하등대는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룬다.
태하 마을에 있는 울릉도민의 정신적인 지주(?) 성하신당이다.
다시 구비구비 현포령을 넘어 북면으로 돌아 오는 길
현포령을 넘어서자 그림같은 북면의 풍광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풍의 언덕에서 바라 본 현호항 모습
송곳봉에서 노인봉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해안의 공암에서 점을 찍는다.
현포령을 구비구비 돌아 내려 노인봉을 감싸 안고 가는 길이 예술이다.
오른쪽 하늘향해 불끈 솟은 저 바위는 반대편에서 보면 노인의 피부를 닮았다고 노인봉이라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X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직접 마을 분들 붙잡고 확인은 못해 봤다. ^^&)
현포령 내려가는 길에 있는 태하초등 현포분교장.
이 조그만 곳에서 야구경기도 열린다니.......
방향을 보아 홈런을 쳐도 성인봉 넘어 바다에 빠질 일은 없을 듯 하다.
간 김에 바로 확인.... 수돗물 콸콸 잘 나온다!
울릉도에서는 학교 운동장에서도 하룻밤 야영들을 많이 한다는데....
이 역시 교무실 찾아가서 확인은 못해 봤다.
현포령을 다 넘어 현포로 가는 우측길 대신 왼편의 한적한 길을 따라가 보았다.
버림 받은 차와 비어 있는 집...
인적 없는 바닷길이 어색하게 길손을 구경한다.
'여기까지 무어하러 왔냐고!'
현포항은 북면의 가장 큰 항포구다.
육안상으로 볼 때는 읍내의 저동항 다음으로 큰 규모의 항구로 보인다.
아직 철이 아닌지... 쉬고 있는 오징어배가 한가롭다.
오징어가 풍년이라야 섬처녀 시집 갈텐데....
현포항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곳 풍광들을 카메라에 담아 둔다.......
더 깊숙한 곳..... 가슴 속에도 담아 둔다.
처음가 보는 등대에 차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왠지 모르는 두려움...
현포항을 출입하는 배들를 위한 빨갛고 하얀 등대 끝에는
차량들이 돌아 나갈 수 있도록 등대를 중심으로 회차로도 만들어 두었다.
(관광버스나 택시들이 한바퀴 휘~익 돌아 나가기 쉽게....^^)
차에 앉아 있던 집사람 마저 자연이 만들어 내는 눈 앞의 선물에....
누가 그랬던가?
코끼리 아자씨! 바닷물만 드시지 말고....
'응아'만 하시지 말고...
속세에 찌든 길손에게
시원스레 물줄기라도 한번 뿌려 줘 바바요.
수줍게 간직한 울릉의 속살로 포근하게 안아 준 성인봉과 원시림.
거친 모습으로 위협하며 접근조차 거부했던 성난 바닷가.
다시 평화를 찾은 현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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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렇게 황홀했던 울릉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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