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려 놓고 잘 마무리하지 못하는 성격에
가족캠핑의 첫 후기 쓰기란 무척 망설여지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여름의 끝자락에서
다시 맺어야 할 속세의 인연들은 며칠을 걍 두지 않는군요.
연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전투 음주의 자리들은 몸과 마음을 있는대로 나락으로 끌어 내립니다.
하지만, 여러가족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부끄럽지만 나도 이제는 후기라는걸 올려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하 말이 짧습니다.)
검독, 직이님의 소개로 가입한 캠사에
몇날 며칠을 컴 앞에 쭈그리고 앉은 나에게 집사람 회심의 일타를 날린다.
"으이그 저 인간,,, 또 병이 도졌구먼!"
이 장비 저 장비를 구경해 보고,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걍 울집의 돗자리 모드로 일단 이번 정모에 참석해 보기로 한다.
한편으로는 검독님께 떼써서 뺏어 낸(^^) 공구 타프가 있으니 든든하기까지 하다.
금요일 오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출발했지만 구천동에 도착하니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비가 더 올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마음이 급했지만 매년 겨울이면 친이모처럼 울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전주민속회관'의 김치찌게 생각에 기왕 늦은거 저녁을 사 먹고 올라 가기로 한다.
어라?......... 식당의 문이 굳게 닫겨져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 아들네를 갔단다.
꿩 대신 닭이라고 구천동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는 할매보쌈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구천동 지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할매 보쌈집의 보쌈 정식(1인분 만원) 울가족은 2인분 정도만 시켜도 푸짐하다. (식사가 마칠 무렵 '아차차 캠사분들은 이런거 찍어서 막 올리고 그러던데....'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집사람의 똑딱이를 꺼내 들었다)
암흑같은 숲길을 뚫고 이정표를 잘 보고 찾아간 야영장...
어라? 여기가 아닌가벼!
엉뚱한 길로 돌아도 보고,,, 하여간 도착한 6단지는 훤한 랜턴들로 불야성이다.
순찰중이신 오륙도님(나중에야 알았지만)의 안내로 5단지 하단에 자리를 잡기로 한다.
제일 걱정은 렌턴이다. 충전식 형광 렌턴이 전부인 울 가족은 할 수 없이 애마의 라이트에 의지하여 처음 쳐보는 타프란 놈을 펴 본다.
'머 걍.... 행사용 천막 치듯이 치면 되겠지'하는 생각과 강산님이 올리신 글을 보고 내심 자신을 가져 본다.
반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며 울가족 잘 따라 준다. 다행이 첨 쳐본 타프는 성공리(!)에 설치되고 이를 시작으로 진지구축을 끝냈다.
매표소의 등록번호를 보니 30번이다. 꽤 빨리 온 편이다.
느긋하게 맥주 한캔 씩을 날리고 고참들의 사이트를 두리번 거려 본다.
아참... 금욜날 오신다는 '영호남방'의 고참분들... 들이대면 친철하게(?) 맞아준다는 약속이 생각나
전화기를 챙긴다.
이런.....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1일차 작전을 실패....하고 대략 난감해하고 있는데 여기 저기서 차량이 늘어나고 배수로에 빠지는 차들도 눈에 띈다. 견인차가 동원되고.....
울집 앞의 고갯 갈림길에서도 차량들이 고생들을 한다.
"이거 불안해서 잠이나 자겠어?" 마눌... 한마디 거들고
차량소리나면 렌턴들고 아예 교통정리하러 간다.
급기야 달님 애마가 꼼짝없이 갇히고 여러 님들이 밀어도 보고, 4륜구동도 동원되어 보지만 모두 실패.... 장비님(?)의 튼튼한 애마와 와이어로 겨우 차량을 빼내어 본다.
늦은 밤이지만 달님, 안산지기, 강산님의 사이트 구축하는데를 기웃거리며 배워본다.
그리고는 지리산에서 근무할 때 담가 두었던 시큼 달큼한 녹차 한병 들고 신입이 운 좋게 운영진 사이트에 끼여서 첫날 밤을 보내는 행운을 누렸다. (들이대면 안되는게 어디있니!.........^^)
귀동냥으로 날새는줄 모르고 앉아 있다.... 먼동이 틀 무렵 진지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 본 우리 진지.... 비가 올것을 대비하여 탠트를 겹치게 설치했다. 이 역시 카페를 기웃거린 덕에 알게 된.... 어쨌든 팽팽한 타프에 흐믓해 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번 공구한 헥사타프 '우량감지 자동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
부루스타 모드의 울집 키친 시스템을 소개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시스템으로 정모에 참여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0만원도 안되는 키친테이블도 그런게 머 필요하냐는 눈초리를 보내던 울 마눌...
이제는 신형 스노픽테이블들을 사려해도 암 소리 안한다. ^^
이 시스템에서도 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요리가 가능하다. ^^
아침밥을 하는 동안 테이블에서 ?i겨나 은박지에서 전날 일기 쓰고 있는 솔민군..... 부모 직업이 직업인지라 캠핑와서도 얄짜리 없다.
그 사이 된장찌게 하나 뚝닥 끓여서 아침을 해결한다. 장기 피서 모드를 즐기는 울가족의 대표적인 음식.... 장아치 오종세트(매실, 고추, 마늘, 양파, 더덕)가 언제나 처럼 함께 한다.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서 잘 따라 다니지 않으려는 솔지... 하지만 가족캠핑에서 빠질 수는 없다. 설거지 돌아가며 하기! 나만 빼고.......(나는 밥하니까! ㅡㅜ;;;;)
아침도 먹었으니 디저트에 커피한잔~~
'한장카드'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슬슬 주변을 돌아본다.
울가족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자연 관찰 시간 시작~~
지천에 우리꽃들이 널려 있다.....
쑥부쟁이?
잔대
물봉선
이렇게 반가운 친구들과 한나절을 보내고...
우리꽃의 향기에 취하고 캠사님들의 따뜻한 정에 취한 첫 정모는 그렇게 신입캠퍼를 맞이하고 있었다.
(또 다시 호출이네요... 낼이 개학인데 제발 전투 음주가 되지 않기를... 나머지 사진들과 뒷애기는 담에 올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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