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과 함께 겨울을 시작하며
지난 경주 캠핑 이후 3주간 계속 일이 넘쳐난다.
집안 행사에 직장 동료의 결혼에....
곳곳에서 들려오는 행복한 캠핑 소식에... 스키장 오픈 소식에....
속은 타고 몸은 비틀려가고
이번 주는 지난 몇 년간 가족처럼 지내던 스노우보드 동호회의 '시즌 안전 기원제'가 있는 날이다.
토요일 올 겨울 처음으로 장비를 챙겨들고 무주를 향해 본다.
캠핑은 아니지만, 처음 밟아보는 눈의 느낌을!
어쩌면 설국으로의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 보면서!!
무주리조트에는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묻어 난다.
솔민이, 어린이 대표로 막걸리를 받아 든 모습이 제법 익숙하다.
귀에 꽂을지, 입에 넣을지 고민중! 이번에는 콧구멍이다.
집사람도 여성 대표로 잔을 올리고...
어느듯 미소를 머금은 고사상에는 배춧잎이 한 가득이다.
솔민이 손 때 묻은 꼬낏꼬깃 천원짜리가 인상적이다 ^^&
어느듯 음복 술맛을 알아 갈 나이! 방년 10세~~
오랜만에 조우하는 반가운 가족들과 밤새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
무주에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녘 눈에 젖어... 분위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침을 맞았다.
아침을 맞은 구천동은 雪國이다.
올 겨울을 나게 될 시즌방인 '길손콘도' 앞에도 온통 눈폭탄을 맞은 차량 행렬이...
우리 애마도 눈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마냥 즐거운 솔민이...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길에 마음껏 발자국을 남겨 본다.
구천동 계곡도 하얀 겨울 모자를 쓰고
이리 즐거운 가운데서도 마음 아픈 한장의 사진....
자식같은 농사를 눈 속에 묻어 버린 農心이야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올시즌 처음하는 보딩이다.
모자간에 기념 사진 한장~~
나도 솔민이와 함께.... 새로 장만한 판때기를 잘 보이게... ^^*
오픈 2주 째를 맞는 무주리조트 리프트 대기라인에서....
주말인데 슬로프는 달랑 4개만 열고 ㅜㅜ;;;
집사람 왈 "사람들 표정이 모두 패잔병 같다"
슬로프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스키에서 보드로 바꾼지 올해로 두번째 시즌을 맞는 집사람. 그래도 즐겁다는....^^
작년 이 맘때 동생들에게 빡시게 배우며 온몸에 피멍이 들고
설상가상 나의 돌파리 처방에 얼굴마저 퉁퉁부어 지내던 때는 다 잊었다는 듯이!
푹푹 묻히는 설질에,,, 8개월 만에 첨하는 보딩이 맘대로 잘 안되나 보다.
그래도 알리도 쳐보고....
이리 저리 옛 기억을 떠 올리며 용을 써 본다.
다시 한번 도전~~
노즈블런트 360에 도전해 보려는 듯...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성공이다....
작년 시즌말에는 쓰리 정도는 쉽게 돌려 대더니 비시즌의 공백이 크긴 큰가보다.
이녀석 처음 보드를 배울 때는 울가족 모두 스키어였는데...
6살 꼬맹이 녀석이 끝까지 보드를 타겠다고 우겨대서 눈썰매 삼아 타라고
판때기를 엉덩이에 깔아준 게 엊그제 같다.
그로부터 몇 년....
울가족은 작년 집사람을 마지막으로 모두 보더로 전향했다. ^^&
시즌 처음이라 몸조심하라고 그라운드 트릭은 조심시켰는데
약간의 감을 느끼게 되어 저도 기쁜 모양이다.
일요일 오전 단 한번의 리프트 탑승을 끝으로 미련없이 보드를 접는다.
어짜피 방학하면 평일에 원 없이 탈 터이니....
작년까지만 해도 두 녀석들 장비 챙기랴, 신발끈 묶어주랴 힘들었는데
이젠 제법 의젓해져서 저 혼자 다 해내니 나도 슬슬 해방이 가까이~~
철수하는 길에 웰컴센터 앞의 버스에서 폼을 잡아 본다.
솔민이 손을 빌어 울 부부도 한 장!
'여름향기'를 촬영한 곳이라는데... 다소 썰렁한 겨울냄새만 난다. ^^&
주인없는 차량에서 맘껏 폼을 잡아 보고...
신났다. 신났어!
새 하얀 눈은 어른이나 아이나 즐겁게 만드나 보다.
하지만, 갈길 먼 김기사는 걱정이 앞서... 놀이는 뒷전이고, 연신 전화통만 붙잡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본다.
역시나, 리조트를 빠져 나오는 길도 만만찮다.
구천동 시즌방을 향하는 길은 훨씬 여유롭다.
몇 번의 고민 끝에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신풍령 고개를 넘어 거창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역시 설경은 원없이 구경하고...
체인을 준비하지 않은 몇몇 차량들 때문에 슬슬 기어 내려온 덕에 1시간을 넘게 걸려 고개를 넘었다.
주린 배를 채우려 청국장 집으로...
식사를 기다리며 전시된 골동품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이 담긴, 아니 첫발령지에도 달려 있었던 '학교종'이
솔민이에게는 신기할 따름인가보다.
주린 배를 채우려 허겁지겁 먹다보니... 타이밍을 놓쳤다. ^^*
화장실로 향하는 시골 길 고샅에도...
무너진 돌담 위에도 소리없이 겨울은 덮혀 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운전대를 사모님에게 넘긴다.
간밤 새볔까지 이어진 음주에... 조수석을 젖히자 말자 골아 떨어지고, 일어나 보니 함안 근처~
이리 교대로 운전할 수 있으니 든든하고 고맙기까지 한다.
무주는 주말이면 남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에서 밀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로 유명한 곳이다.
방학이면 주중을 골라 타고는 주말에는 철수하는 우리 가족으로서는
남들 다 견뎌내는 리프트 대기시간 20분이 지옥과도 같다.
실제 토요일 야간, 일요일 오전을 통틀어 4번의 리프트를 타고는
미련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고 어짜피 보딩만이 목적은 아니었으니 후회도 없다.
기대했던 첫 눈 구경을 실컷했으며,
행여 모자랄까 염려되어 눈폭탄 속의 '雪國 나들이'를 지겹도록 했으니
대 성공이 아닌가?
게다가...오토캠핑을 접하고 난 후 처음 맞는 올 겨울은
주중 보딩과 함께 주말 캠핑의 행복도 대기하고 있는데
무에 인상찌푸릴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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