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가족 캠핑

쉴만한 물가와 신록이 아름다운 속리산 기슭을 찾아...

미리벌(김진호) 2008. 5. 20. 19:20

 

 

설원에서의 즐거운 추억도 아스라이 먼 옛일이 되어 버리고

갖은 향기로 우리를 설레게 하던 새봄도 깊어만 가더니

 

어느새 쉴 만한 물가를 찾게 되는

눈부신 신록의 계절 5월이 익어만 갑니다.

 

5월 들어 두번째 황금 연휴를 맞아 미리벌 가족도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남도 섬마을 기행도 했으니 이번에는 내륙지방을............!'

'이심전심'이었는지 작년 가을 이후 만나지 못한 황털보 형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이번 캠핑은 속리산 기슭에서 조우하기로 하였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잃어 버려 한 주 늦어 버린

쉴만한 물가와 신록이 아름다운 '화양구곡' 캠핑 후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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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맑은 날만 있다면....

 청명한 날의 소중함을 어찌 깊이 깨닫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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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시험을 목전에 두고 연속 3주째 홀로 집에 남겨두는 문제로

미리벌 집안에 때 아닌 먹구름이 잔뜩 끼였다.

 

석탄일까지 3박 4일을 내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토요일 아침 출발, 2박 3일 일정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루고

 

 

간밤 쏟아진 한 줄기 비와 먹구름을 뒤로 한 채

개여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집을 나선다.

 

 

 

 

 

그래! 항상 티 없이 맑은 하늘 보다는

한번 씩 흘러가 주는 구름이 있어 더 사랑스런 내 하늘이여~~

 

 

 

 

 

비온 뒤 땅은 더 굳어 진다지만

캠핑장을 향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질 즈음

 

새로 개통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내 달려

한 걸음에 경북 상주 땅에 접어 든다.

 

 

 

 

 

느린 걸음의 행보는 더 많은 세상 풍경을 우리에게 안겨 주나 보다.

 

오고 가는 차들도 없는 시골길을 돌고 돌아

한적한 풍경을 담아 본다.

 

곶감의 고장 상주답게 군데군데 감나무 고목이 눈길을 끈다.

 

 

 

 

 

속리산 문장대를 돌아 넘어 가는 길

장각폭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캠핑장으로 향한다.

 

 

 

 

 

털보형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사이트를 구축한다.

 

형만큼이나 정감이 넘치는 구름이 캠핑장을 흘러간다.

 

 

 

 

 

여유로운 오후 시간은

 화양구곡 맑은 물이 흘러 캠핑장 앞을 지나는 화양천에서

 

 

 

 

 

때 이른 뱃놀이가 한창인 화양계곡

 

 

 

 

 

아이들은 견지 낚시로 한나절을 보낸다.

 

 

정 많은 성격처럼 세월을 낚는 대영이에 반해

 

 

 

 

 

피라미 한 두마리 입질 외에는

제대로 한수도 건져 올리지 못한 초조감 때문인지

솔민이 얼굴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급기야 줄까지 꼬여 버리니

 

 

서두른다고, 조급해 한다고

 세상 일 하나 풀리는것 없음을 하나 둘 배워간다.

 

 

 

 

 

물 가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일용할 양식을 준비한 털보형의 호출을 받아

말로 만 듣던 '고추장 삼겹살'로 풍성했던 저녁 식탁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부부는 부부끼리 오랫만에

 

캠핑장을 비추는 맑은 별빛 아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새벽을 맞는다.

 

 

 

 

 

 

 

 

'필요 이상의 그 무엇!'(=멋)이 넘치는 주인장을 둔 덕에

쌍방울표 렌턴도 패트로막스로 변신한

속리산 기슭의 캠핑 사이트에도 어김없이 아침은 밝아오고

 

(사실 털보형네 사이트를 조목조목 살펴보고 있노라면

캠핑의 정의를 '멋'이라고 내린 어느 캠핑 선배의 말이 딱 들어 맞는 경우라는 걸 종종 느끼곤 한다.

빈틈없이 꼬아내린 스트링하며 머리엔 갓 쓰고 가죽 도포를 걸친 288 투멘틀을 보라!)

 

 

 

 

 

말뚝박기 과정을 어렵사리 졸업한 녀석들은

장작패기 과정에 입문하고

 

 

 

 

 

오전의 따스한 햇살은

간밤 한기가 스쳐간 한 지붕 두 가족의 사이트를 녹인다.

 

 

 

 

 

화양구곡으로 산책을 떠나기 전

계곡에서 놀겠다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털보형 익숙한 솜씨로

'뒤집고 또 뒤집고....' 

 

 

 

 

 

'돌리고 돌리고'

 

 

 

 

 

뚝다닥~~ 샌드위치가 만들어 진다.

 

 

 

 

 

일요일 오전 아랫 동네에는 많은 분들이 찾았다.

반가운 신형 라운지도 보이고

 

 

 

 

 

두 내외는 화양구곡의 쉴만한 물가를 찾는다.

 

 

 

 

 

곳곳마다 바글거리는 피래미 떼들도 구경하고

 

 

 

 

 

물가에 늘어선 '자작나무'의 고운 자태에

넋이 나갈 즈음

 

 

 

 

 

잘 생긴 '운영담' 앞에서는

때 맞추어 츠자들이 그림을 만들어 준다.

 

 

 

 

 

이런 풍경들을 놓칠세라

'진가'의 손길이 바쁘고

 

 

 

 

 

 

때로는 이런 호젓한 숲 길에도 마음 빼앗겨 보며

 

 

 

 

 

굽이쳐 흐르지도, 그리 바쁘지도 않은 화양구곡

편안한 가슴에 안긴다.

 

 

 

 

 

첨성대 바우 아래에도

쉴만한 물가를 찾은 객들이 삼삼오오 호젓한 휴일을 보내고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는 '자작 나무 유치원'을 지나

 

 

 

 

 

그 이름도 운치있는 '구름에 물든 절 채운사'를 찾아 본다.

(딱 이때까지는 그랬다)

 

 

 

 

 

작은 절집답게 진입로도 소담스럽다.

 

 

 

 

 

코 아래 솜털이 보송보송 솟아있는

미소년의 자태를 닮은 감나무가 반기는 채운암

 

 

 

 

 

휴일을 맞아 언덕 아래 상가에서 경쟁하듯 토해내는 뽕짝 장단에

절공양하는 보살님 엉덩이도 절로 실룩거릴것 같은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지만

 

 

 

 

 

가는곳마다 오늘은 왠 언냐들이 이리 많은지....

므흣한 기분으로

 

 

 

 

 

단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돌아 온다.

 

 

 

 

 

그렇게

부처님 오신 날 이브를 보낸다.

 

 

 

 

 

 

아쉬운 캠핑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밝아오고

새벽같이 일어 났지만 하는 일 별반 없이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사실 현대판 떠돌이 유목민의 짐싸기가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

 

점심으로 준비한 해물 칼국수를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카수들의 앨범 쟈켓이라면 필시 이렇게 씌였을터

Special thanks Mr. hwang & ..... ^^*)

 

 

 

 

 

어제까지만 해도 캠핑장 건너편 카트 체험장에서는 이렇게 어른이나 아이들도 즐거운 놀이가 기다렸건만

막상 돌아가는 길 들렀을때는 인적조차 없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짧은 화양구곡 캠프장에서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가는 길

 

 

 

 

 

대학시절 MT 장소로 각광받던 '금관숲'도

이제는 다시 찾고 픈 캠핑장으로 기억 속에 묻어두고

(바닥 먼지만, 행락객만 피할 수 있다면...)

 

 

 

 

 

생각해 보면 얼마나 좁은 우리 땅인가!

(전라도와 경상도 머슴아가 충청도 땅에서 우연히 만나다니)

 

즐거운 지난 밤을 함께 했던  'snow'가

엄청난 차량 행렬에 차를 돌려야 했던 그곳에서

머쓱한 웃음 한방 날려주고

 

 

 

 

 

잠시 '속세와 이별을 고할 수 있는 그 산' 끝자락에 묻혀 본다.

 

 

 

 

 

아기 부처님 탄생 축하 사절단을 환영하는

반가운 입간판을 지나

 

 

 

 

 

수 많은 인파들을 따라

 

 

 

 

 

금강문과 천왕문을 거치는 동안

잠시라도 세속의 때를 벗겨 보려 노력도 해보고

 

 

 

 

 

형형색색 화려한 연등과 엄청난 규모의 불사 앞에 주눅도 들어보지만

 

 

 

 

 

이내 큰 가람이 주는 시원함과 넉넉함에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난생 처음 이렇게 잘 차려진 단상에서

아기 부처님께 정갈한 물 한사발 공양도 드려본다.

(부모님이 보시면 노발대발 하시겠지만)

 

 

 

 

 

돌아가야 할 먼 길도 잊은 채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다

 

 

 

 

 

한 차례 매서운 골바람이 귀가 길을 재촉할 무렵

 

 

 

 

 

 

정겨운 두 손 놓지 않고

 

 

 

 

 

미처 못 다한 천년의 이야기를 전해 주려는

숲 길에 아쉬움을 남기고

 

 

 

 

 

고단한 삶이 기다리는 세상으로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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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하루 하루 삶이란 것이

 

때로는 맨 살로 부대 끼며 느끼는

짜릿함에 즐거워 하기도 하고

 

 

 

 

 

때론 독이 오른 독사처럼

서로 머리를 곧추 세우고 살 때도 있지만

 

 

 

 

 

 

캠핑장에서 얻은

멋진 '인생의 신조'를 본 받아

하루하루 살다 보면

 

 

 

 

 

 

기약 없이 다가오는

'슬픔의 치료제' 웃음도 찾게 되고

 

 

 

 

 

 

진솔한 대화가 살아 있는 저 자리.....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죽음보다 강한' 사랑도 덤으로 얻게 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확실한 한 가지는

 

 

먼 훗날 청년이 되어 들추어 보는 

낡은 흑백 사진 한 장이

 유년 시절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험한 세상

따뜻한 사람으로 살도록 도와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는 오늘도 이렇게 캠핑장을 찾는다.

 

  

 

 

 

 

 

 

 

 

 

2008.5.10-12

속리산 기슭의 화양구곡 캠핑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