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잠에서 깨어 새 봄을 또 그렇게 보내다.
지난 가을 영호남 정모에서 갑장 친구 환희의 말이 씨가 되었던지
올해도 5개월 동안의 긴 겨울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무주를 베이스로 성우, 휘팍, 대명, 하이원에 이르기까지 떠돌이 생활로 겨울 시즌을 보내고
봄시즌 일본 하쿠바 원정까지 마치고야 올해도 겨우 캠핑 나올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녀석 뒤늦게 시작한 하프파이프 종목인지라 선배 선수들이 위쪽 지방에는 꾀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동계체전 은메달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을 계기로
다시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된 의미있는 겨울이었습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
2008년 4월 벽계야영장에서 열린
영호남 정모의 참가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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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은 지난 한달 이상 받아 온 온라인 연수의 출석 평가가 있는 날이다.
나름 중요한 연수이므로 성적도 신경써야 하고
금요일 벼락치기 공부.... 토요일 아침 일찍 벽계로 가기로 했다.
벽계 야영장에는 전날 도착한 팀들로 빼곡하다.
야영장 끝자락에 환상적인 자리를 발견하곤 그대로 라운지를 편다.
지난 가을의 자락이 고스라니 라운지에 묻어 있다.
전날 거세게 불었다는 강한 바람은 오전 내내 그칠 줄을 모른다.
사이트를 비워두고 하루종일 외출해야 하기에 이리저리 동여매니 라운지 모양새가 영~~
시험보러 가는겐지
나들이 가는겐지 알 수 없는 길을 나선다.
청보리밭을 스쳐가는 봄바람엔
수많은 사연들이 훑어 지나가고
진주청국장 집을 찾아 맛나는 점심을 해결한다.
진주교대 캠퍼스에 활짝 핀 등나무 꽃을 바라보며
캠퍼스의 낭만에 젖어 보기도 하고
맨홀 속에 갇혀 피어 난 민들레를 바라보며
80년대 대학가... 뜨거운 피가 끓어 대던 그 시절
동료들과 불러 대던 이제는 가사마저 희미해진
문부식 님의 '꽃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어디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간혹 담을 넘어 들려오는 소식들은 밝고
짐승처럼 갇혀도
우리들 아직 인간으로 남아
오늘 하루 웃으면서 견딜 수 있음을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시험을 마치고 진주성에 들러 솔민이 현장학습 하는 길
'충무공'은 이순신만 있는게 아니다.
진주성을 목숨으로 지킨 김시민 장군상 앞에서
새로 장만한 넘 덕에
'미리내'는 옛 카메라의 새 주인이 되었다.
촉석루에 올라 앉아 의암, 논개를 공부하고
행여나 딴청을 피우면
이리 불호령이 내리기도 한다.
이 넘이 아직 선생님 무서운걸 몰라! ㅋ
그렇게 잘 정돈된 진주성을 한바퀴 돌아 벽계로 돌아 왔다.
야영장에 도착하니 회원가족 소개가 막 시작되려 한다.
김형사 막걸리 들고가는 걸 보고 부랴부랴 두부김치 안주를 마련해서 출발하려 했으나
이미 자리가 파하고 난 뒤라
우리집에서 해결하고 말았다.
(새로 많은 분들이 오셨을텐데 아쉬움은 있지만)
환희네로 자리를 옮겨 사육당해 보기도 하고
올해도 운영진 맡아 수고하는 울짱네도 잠시 들러
반가운 얼굴들을 본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도록
여기저기 정모의 즐거운 밤이 그칠줄 모른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그렇게 벽계의 푸른 밤이 깊어간다.
이리 좋은 정원을 갖춘 집에서 책인들 술술 읽어지지 않을까?
전용 수영장에 멋진 정원이 있는 별장....
요즘 한창 TV에 오르내리는 이모 회장이 부럽지 않다.
1박 2일 여정에 먹거리도 별반 필요없다.
그저 이웃과 나눌 작은 음식 하나와
한두끼 해결할 집반찬 몇가지면 끝~~
캠핑장은 아이들의 무한한 놀이터이자
배움터이다.
어울림을 배우고
체력을 다지고
자연을 몸으로 배운다.
이렇게 어른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중에도...
위대한 스승... 자연이 아이들을 살찌게 한다.
혹시나 개꽃(철쭉)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한우산을 올라 본다.
지난 정선 하이원의 체전에 참가했을 때 솔민이 하던 말이 생각나 웃음지어 본다.
체육회 임원 : 이집 전골이 맛있던데, 솔민이 뭐 먹을래?
김 솔민군 : 한우요! (한우 모듬 15만원이라 써있는 메뉴판을 가르키며)
체육회 임원 : ................................
가녀린 들꽃은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중에 하나!
노랑 오랑케꽃(제비꽃)
개별꽃
양지꽃
다음주면 개꽃이 만개할 것 같다.
새로 난 임도
찬반 논쟁이 있겠지만
새로운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게 벽계리에 찾아 온 봄은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황톳빛 삶터에서
땀 흘려 일년을 준비할 시기
우리는 캠핑장으로 돌아와 마지막 오후를 즐긴다.
춥지 않은 날씨지만 가스통을 비우느라
무쇠냄비도 길들여 본다.
하늘소도 아쉬운지 라운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지만
모두가 돌아 간 시간
매번 지나쳐 다니기만 한
솔민이 표현을 빌자면 '큰 부처님이 바위에 버티고 있는'
일붕사를 찾았다.
여느 고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암굴로 이루어진 대웅전 역시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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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그 봄은 반드시 저물어 가고
살다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함에
길을 잃기도 하고
사람살이가 이처럼 어려울 때도 있지만
무에 두려우랴
이토록 즐거운 나날들이 우리에겐 아직 남아 있음에
큰 웃음 터트리며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을!
2008.4.26-27
벽계 야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