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벌(김진호)
2007. 7. 22. 21:42
(아래는 아웃사이더님의 글을 스크랩 하였습니다)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쳐진 울릉도 나리분지 숲. 누구든 이 숲에 들면 자연주의자 존 뮤어가 말한 대로 빵 한 덩어리와 차 한 봉지를 낡은 배낭에 넣고서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안기고 싶을 것이다. |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2년 전 처음으로 나리분지 숲길을 지나갈 때, ‘지금 비가 내린다면 옷을 훌러덩 벗고 이 숲을 헤집고 다니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나리동(洞)에서 투막집이 있는 분지 한가운데를 지나, 성인봉 등산로 오르막이 시작되는 신령약수까지 2.5km 구간은 어머니의 자궁 같은 아늑한 숲이다. 오솔길 양편으로 고로쇠나무와 너도밤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단순히 하늘을 가린 숲 터널이라면 이맘때 우리 산하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리분지의 숲이 푹신한 이부자리처럼 유난히 아늑한 느낌을 주는 건 섬바디와 산마늘 등 지표 식물이 땅바닥을 완전히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내달리고 싶은 그런 숲길이다. 스트리킹이라는 퍼포먼스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도록.
그 길을 거슬러 나리분지 안으로 야영을 하러 들어간다. 5월의 숲은 짙푸른 녹음과 대비될 만큼 고요하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햇살을 받은 숲 어느 곳이든 광합성 작용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풀 냄새, 나무 냄새 가득한 대지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낮은 나뭇가지 밑을 지날 때마다 허파를 가득 채우는 엽록소를 느낄 수 있다. 일요일 오후라 마주치는 산행객도 몇 되지 않는다. 30kg이나 되는 야영 장비의 부담감을 잊어버릴 만큼 무한정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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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에서 야영하다 나리동에서 1.5km를 걸어 나리분지 한가운데인 투막집 근처에 캠프 사이트를 마련했다. 나리분지는 동서로 약 1.5km, 남북으로 2km 가량 펼쳐져 있다. 그리고 분지 내의 중앙부인 이 투막집 근처는 나무가 없는 평야 지대인데,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만 한 초지대가 등산로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흔히 나리분지와 구분하기 위해 울릉도 사람은 이곳을 ‘알봉분지’라고 부른다. ‘분지 안의 알’인 셈이다.
이 초지대는 걸어 들어온 길을 빼면 동서남북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솟아오른, 그야말로 사방으로 병풍을 두른 곳이다. 북쪽의 나리봉(840m)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말잔등(968m), 나리봉(840m), 미륵산(901m), 형제봉(713m), 송곳산(606m), 알봉(538m)이 북동남서 순으로 둘러서 있다. ‘악산(嶽山)을 좋아한다’는 이성계가 이곳에 왔다면 분명 제(祭)를 올렸을 만큼 뾰족뾰족한 산봉우리가 많지만, 산꼭대기까지 두꺼운 ‘숲 이불’이 두르고 있어 사위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해가 산봉우리 너머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자, 바닷가 쪽에서 해풍이 불어온다. 섬에 들어오기 전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23℃라는 뉴스를 들었지만, 저녁 무렵 나리분지는 아마 5℃쯤 되는 것 같다.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성인봉을 내려오는 마지막 산행객이 투막집을 지나친 한 시간 뒤, 분지 안은 적막에 잠긴다. 오직 새들의 울부짖음만이 숲의 정령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쉴 새 없는 지저귐이 들려온다. 불어오던 바람도 완전히 잦아든 터라, 날짐승의 움직임과 퍼덕거림이 마치 포효하는 맹수의 것처럼 들린다. 야영지에서 산 속까지는 짐짓 1~2km은 족히 돼 보이지만, 날짐승 소리는 고요한 사찰의 풍경 소리처럼 분지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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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왠지 처연해진다. 숲에서 민박이 가능한 마을까지는 걸어서 20분, 그곳을 ‘속세’라고 하고 이곳을 ‘초야’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거리지만 벌써부터 안락함과 편안함이 그리워지는가 보다.
저녁 9시, 침낭 속에 들어간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신이 아주 말똥말똥해 텐트 밖으로 기어 나올 수밖에 없다. 숯검정처럼 새까맣기만 할 것 같은 사위는 푸른 하늘과 나무, 초지의 경계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불과 초승달을 조금 넘긴 달빛이 그 것을 가능케 한다.
대지가 촉촉한 기운에 잠긴 가운데, 은은한 달빛과 쏟아지는 별빛 아래로 울릉도 내륙의 연봉은 환상의 실루엣을 연출하고 있다. 가슴속에서 ‘와~’ 하는 환호성이 연달아 울리고, 이런 숲에서 야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음이 너그러워지자, 이내 잠자리도 편해졌다.
그러나 분명 야생의 밤이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자리에 눕자마자 쌔근쌔근 잠을 자던 사진기자는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게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늑대 비슷한 들짐승이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와 내 다리를 물어뜯는 꿈을 꿨어요”라고 말한다. 잠결에도 뜨거운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올랐을 것이다.
숲에서 맞는 스산한 아침 어스름이 막 걷히기 시작한 시각에 텐트에서 빠져나왔다. 확실히 숲에서 맞는 아침은 춥다. 다시 바닷가 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었다. 배낭 속에 있는 옷을 모두 꺼내 껴입었지만, 여전히 턱은 떨리고 휴대용 간이 난로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추위는 끝내 ‘야영은 하룻밤만으로 끝내자’ 하는 비굴한 합의에 이르게 만든다.
밤 동안 낭만이 가득했던 숲은 여명 무렵엔 그리 아름답지 않다. 심한 일교차는 들풀 잎사귀마다 굵은 이슬 방울을 남겼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바지 밑단이 비 맞은 것처럼 흠뻑 젖었다. 나리봉 너머로 해가 떠올라, 초원을 뒤덮은 섬바디꽃이 소금밭처럼 하얗게 빛을 발했지만 여전히 기온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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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둘러싸인 투막집에서 성인봉 방향으로 100m쯤 나아가면 다시 숲이다. 여기서 신령약수까지 500m의 오솔길은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탐방객을 위한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굳이 성인봉 원시림까지 오르지 않아도 극상림을 이루는 원시의 숲을 탐방할 수 있는 구간이다. 우산고로쇠와 너도밤나무, 섬잣나무, 산벚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섬바디와 산마늘이 온통 지표를 뒤덮고 있다.
그 사이로 간간이 얼굴을 내민 섬초롱꽃과 섬노루귀가 수줍게 피어올랐다. 울창한 나무 아래 습지에는 삼환덩굴이 빼곡히 뒤덮었고, 바위 벽에는 털바위떡풀이 붙어 있다. 5m 이상 자란 큰 키에 하얀 꽃이 소복이 내려앉은 마가목도 신비롭기까지 하다.
신령약수 앞 공터에서 게으른 동작으로 아침을 해먹었다. 그래도 이제 막 오전 7시가 지났을 뿐이다. 텐트를 개어 식량과 야영 장비를 숲 속에 감춰두고 성인봉 등산에 올랐다. 태양의 궤적이 산봉우리 근처에 다가오면서 숲은 다시 활발한 광합성에 들어가고, 짙은 녹음을 피우는 숲은 마냥 싱그럽다.
따사로운 성인봉 산행 그 숲에 들어 있는 유일한 산행객인 우리 또한 생기가 돈다. 약수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가파른 계단이 20여 분이나 이어졌지만, 기분 좋은 땀에 젖을 뿐 그리 힘들지는 않다. 아침부터 바짝 움츠러든 차라 몸을 데우는 오르막길이 반갑기까지 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너도밤나무가 많아진다. 너도밤나무 잎은 밤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는 다르다. 너도밤나무 군락지를 지나는 땅바닥에는 마른 밤꽃이 하얗다. 딱 안개꽃 크기만 한 그것들이 바닥을 덮을 만큼 떨어져 있었다.
‘아~ 밤꽃 향!’ 일행은 언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비릿하면서도 알싸한 ‘밤꽃의 향기’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키득키득하며 숲길을 걸었다.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추위에 떨던 아침은 금방 잊혀졌다. “오늘밤 여기서 한밤 더 잘까?”라는 얘기까지 하면서.
정상에 오르니 간밤에 야영을 했던 초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시야가 확 트여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다시 나리동으로 내려오는 길, 울릉도의 날씨는 연일 햇볕이 ‘쨍쨍’ 하지만 그래도 비를 기다린다. 비 오는 날, 꼭 나리를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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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에서 야영하기
Camp Site 성인봉을 비롯한 나리분지 일대는 한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자유롭게 야영이 가능한 곳이다. 또한 울릉군은 나리분지 숲 속에서 외곽으로 2km 떨어진 나리동(洞)에 공식 야영 장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숲의 정기를 머금고 싶다면 나리분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차는 나리동 버스 정류장 근처 군부대 옆까지만 가져갈 수 있다. 버스로 이동한다면 나리동에서 내려 성인봉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을 들어간다. 신령약수 500m 못 미쳐, 나리분지에 다다르면 투막집과 귀틀집이 보인다. 투막집은 등산로 바로 옆에 있고, 미륵산(섬의 동쪽) 봉우리 쪽으로 이동하면 귀틀집이 나온다. 귀틀집 앞에 넓은 초원이 있는데, 이곳이 야영 장소로 좋다. 초지 바닥이 현무암 자갈이라 비가 와도 걱정 없다.
Food 울릉항이 있는 도동시내 부식 가게 등에서 해결한다. 고등어자반 한 손에 5000원, 울릉도 한우 2만원(3인분), 울릉 미역(3000원) 등을 대체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Prepare for Camping 나리분지는 일기 변화가 극심하다. 판초와 배낭 커버, 샌들을 구비하는 게 좋다. 분지 내에서 휴대전화는 금방 방전된다. 꼭 필요할 때만 켜서 쓰도록 한다.
Translation 도동항에서 나리분지까지 가려면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야 한다. 버스만을 고집한다면 추산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도동에서 나리동까지 택시 요금은 6만원이다. 추산에서 나리동까지 택시요금은 1만~2만원 선. 버스 시간표 도동~추산 05:40 06:15 07:30 09:00 12:30 13:20 15:30 17:00 추산~도동 07:40 08:50 10:50 13:15 15:15 17:20 추산~나리 06:25 07:15 08:30 11:05 12:35 14:25 16:35 18:15 ●택시(나리분지~추산) 1만~1만5000원 ●우산버스 054-791-2179, 울릉택시 054-79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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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가는 길 동해시 묵호항에서 1일 1회(10:00) 출발한다. 울릉도에서 묵호항으로 들어오는 배도 1일 1회(13:00 또는 18:00) 운항한다. 쾌속선이라 차를 싣지 못한다. 승선료 4만2000원, 묵호항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2박 3일 주차료 1만8000원. 대아고속
맛집·숙박 도동항의 99식당(054-791-2287)은 오징어내장탕, 따개비밥, 홍합밥, 엉겅퀴해장국 등 울릉도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낸다. 야영 외에 다른 숙박지를 택한다면 추산리에 있는 추산일가와 대아리조트를 추천한다. 추산일가(054-791-7788)의 황토방은 아늑함이 이를 데 없다. 황토방 5만원. 지난 5월 28일 ‘그랜드 오픈’한 140실 규모의 대아리조트(054-791-8800)는 울릉도에서 최고급 리조트다. 스탠더드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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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봉(해발900m)에서 본 나리분지
미륵봉도 외륜산 중에 하나인데, 여기서 보니깐 나리분지가 한눈에!!
나리분지에서도 찍은 사진이 있는데 삥 둘러서 연속촬영해서 신청자만 건네주겠어
나리분지엔 공군부대랑 16가구 50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는 택시아저씨 말씀
대부분이 경작지이거나, 성인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을 위한 주점~
그 주점에서 더덕전이랑 감자전 & 동동주가 완전 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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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그저 물처럼님의 글입니다)
나리분지를 가다(3일째)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 일정이 늦어졌다. 좀 편안하게 해안 쪽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북중학
교 교무부장선생이 다른 코스를 알려준다.
이지방 사람들이 다니는 나리분지 코스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했다. 권하니 그러는 것이 나
을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 해안을 걷는다는 것이 사실 무리이기도 하다는 생각
을 했다. 교문을 나서 오른 쪽으로 꺾어들어 걸어갔다. 천부초등학교를 지나서 길은 계속 오르막이
었다. 산꼭대기로 오르는 길이 산 전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산등성이 한 쪽 편을 계속
오르니 한번은 오른편으로 한번은 왼편으로 바다가 보였다. 줄곳 바다를 보면서
걷는 맛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미가 있었다. 그저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파란 동해바다와 그리고 하늘의 뭉게구름이 가슴을 시원하게 펴주고 힘마저 쏟게 한다.
사실 어제 성인봉 오른 뒤 모두 다리가 뻐근하였는데 다리를 풀어줄 것 같았다.
한참을 오르니 홍문동이 나왔다. 몇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울릉도는 약간의 평지만
있어도 바로 밭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밭이 더덕밭이다.
살기 힘든 곳에서 그래도 돈이 되는 것들이다. 이곳에서는 고비를 키우고 있었다.
<몇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대부분 더덕과 고비를 재배하고 있었다>
1시간쯤 올라가니 나리분지 전망대가 나왔다.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어쩌면 성인봉을 오르고 다시 보아 그런 것 아닌가 싶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하나뿐인 평지이다. 성인봉 북쪽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인데 그곳에서 알봉이 솟고 다시 용암이 흘러 북동쪽의 나리마을과 남서쪽의
알봉마을이 형성되었다한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가정 넓은 평지이다.>
멀리 편안하게 앉아 있는 마을, 그 마을을 향해서 갔다.
마을 형성 당시에는 너와집도 있었지만 울릉도 고유는 가옥형태는 투막집인데 일반 초가
집과는 다른 아주 특이한 형태였다.

<너와집에 굉장히 컸다. 일제시대에도 있던 집을 복원하였다>

<아담한 교회 앞에 투막집이 있었다>
어느듯 12시가 넘어 의무적으로 점심을 먹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박선생이 소개한 나리식당으로 들어서자 어서 오시라는 인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반긴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간단히 동동주 몇잔하고 비빔밥이나 먹자했는데... 주인이 북중학교 학부형이라 이것저것
신경을 쓴 표시가 났다.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명이김치, 그리고 삼나물, 미역초
등등의 나물과 숭덩숭덩 썰러 발갛게 양념을 한 더덕의 상큼한 맛, 그리고 비빔밥,
감자전도 그냥 간장에 찍는 것이 아니라 명이잎에 싸서 먹으니 그것도 별미였다.
산마늘을 이곳에서는 ‘명이’라 한다. 줄기가 올라오는 것이 흡사 마늘같다하여 산마늘이
라 하는데 마늘쫑같은 줄기도 삶아 무쳤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약초를 넣어 버무린 동동주 두어잔, 그리고 하나같이 맛있는 울릉도 음식을 먹으면서 몸도
마음도 다 취해 버렸다.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다 주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나왔다.
가는 길은 되돌아가지 않고 야영장을 지나 추산으로 나갔다. 나리분지에서 추산까지는 30
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용출소가 있다고 일러주었는데 이야기하면
서 걷느라 지나쳐 버렸다. 물이 쏟아오르는 모습이 아주 환상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보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어찌 모든 것을 다 보랴? 송곳바위와 공암을 아주 가
까이서 볼 수 있었다.

<추산리 송곳바위가 보인다>
돌아오니 4시. 그것으로 하루를 마치려니 미진하여 저녁바람 서늘할 때 해변을 걸어 북쪽
끄트머리인, 길이 끊어진 섬목까지 걷기로 했다 5.6킬로미터.
샤워도 하고 잠시 몸을 쉰 다음 6시쯤 출발하여 걸었다. 천부1리에서 천부3리(대바우 - 죽암)
, 천부4리(석포)를 지나며 걸었다 왼편에는 망망대해 동해바다 그리고 해안 가까이
우뚝우뚝 솟은 바위들- 혼자 멀리 떨어져 있어 ‘딴바우’ 그리고 촛대바위, 3명의
선녀 전설이 있는 삼선암, 멀리 관음도, 죽암까지.
해안은 너무도 굴곡이 심하여 이런 바위나 섬들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하기도하고 커브
를 돌면 갑자기 새로운 바위나 섬이 보이기도 하는 참으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위도 앞에서 바라보며서 보일 때와 뒤로 돌아가면서 보는 모습이 또 달라 경탄이 절로 나왔다.
오른편에는 깍아지른 바위산, 화산작용으로 생긴 암석이니만큼 평소 육지에서 보던 암석
과는 전혀 다른 질감이었고 다분히 위협적이었다. 전체가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엄청
나게 솟아있는 모습은 위압을 넘어 공포심까지 불러일으켰다. 그 바위 사이사이에
울릉국화들이 뿌리를 박고 피어있었고 아름다운 섬말나리가 바위의 삭막함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섬말나리는 길가 뿐 아니라 산 곳곳에도 피어있다. 이때가 가장 많이 필때인 것 같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나리 종류란다. 나리분지에서 사람들이 처음 정착할 때
먹을 것이 없어 나리를 먹었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하지 않다. 어쨌던 나리는 나리분지
뿐만 아니라 울릉도 전역에 나리를 심어 해안을 따라 가는 내내 산등성이에 나리꽃이
만발해 있었다.
아마도 오징어 축제 등에 맞추어 관광객에게 보이려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았다.
연신 경탄을 하면서 걸어가는 사이 해는 점점 지고 이내 어두워졌다.
엄청난 바위 중간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도로가 나있다. 그 자연터널을 지나 조금
더 가니 길은 끝났다. 벼랑이 너무 가파른 탓에 길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울릉도는 해안도로로 완전히 일주가 되지 않았다. 그런 맛이 울릉도를 더욱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박선생이 차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저녁은 통닭을 시켜 맥주와 함께 먹는 것으로 하고 아이들데리고 방파제 등대 아래에 자리
를 펴고 오랜만에 통닭도 먹었다.
통닭집 주인아주머니가 교회집사라 박선생과 친하게 지내는터라 통닭과 함께 따개비수제
비를 끓여왔다. 따개비를 손질하여 끓인 물에 감자와 수제비를 넣어 끓였는데 맛이
정말 끝내주었다.
하루가 따개비국물처럼 진하게 마음 속에 고여있는 것 같았다.
길고 깊은 하루였다.
출처 : 울릉동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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